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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에만 포켓몬이 있던 여름, 그리고 18년 만에 열린 지도

    2016년 포켓몬고가 속초에서만 됐던 이유는 지도 반출 규제에 있었다. 2026년 2월 18년 만에 조건부 허가가 나온 지금, 소버린 AI와 피지컬 AI는 다시 데이터를 안에 두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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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개발팀 김석형
    Sep 17, 2026
    속초에만 포켓몬이 있던 여름, 그리고 18년 만에 열린 지도
    Contents
    태초마을이 된 속초한국만 빠져 있던 이유그런데 게임은 결국 나왔다18년 만에 열린 지도세상은 반대로 가고 있다피지컬 AI는 지도 위에서 갈린다남는 문제는 결국 데이터의 상태다다시 속초

    요약: 2016년 여름 포켓몬고는 한국에서 속초에서만 됐다. 이유는 게임이 아니라 지도에 있었다. 그리고 2026년 2월, 18년을 끌어온 구글 지도 국외 반출 논쟁이 조건부 허가로 끝났다. 지도가 열린 그해에 세계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국이 자국 데이터로 자기 모델을 만들겠다는 소버린 AI다.

    태초마을이 된 속초

    요즘 포켓몬 카드가 다시 보인다. 올해가 포켓몬 30주년이다. 1996년 2월 일본에서 게임보이용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 나왔으니 딱 30년이다. 포켓몬 카드 게임 30주년 확장팩 「30th CELEBRATION」은 9월 16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됐고, 국내 포켓몬스토어 온라인은 추첨 판매를 걸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4월 리셀 플랫폼 크림의 TCG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의 57배가 넘었고, 카드 한 장이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

    그 소식을 보다가 10년 전 여름이 생각났다.

    2016년 7월이었다.

    거리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 (사진: David Grandmougin, Unsplash)
    거리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 2016년 여름 세계 곳곳이 이랬다 (사진: David Grandmougin, Unsplash)

    포켓몬고는 그해 7월 6일 미국·호주·뉴질랜드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상한 제보가 올라왔다. 속초에서는 된다는 것이었다.

    진짜였다. 속초, 고성, 양양 일부, 울릉도에서 게임이 돌아갔다. 사람들은 고속버스를 탔다. T맵에서 속초를 찍은 사람이 평일 기준 1.6배로 늘었고, 상위 검색어에는 속초해수욕장과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이 같이 올라왔다. 숙박 예약률은 3배가 됐고 여행사는 속초행 상품을 만들었다. 시청 앞에 사람이 모여 핸드폰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뉴스에 실렸다.

    왜 하필 속초였나.

    나이앤틱은 서비스 지역을 나라 경계가 아니라 마름모꼴 셀로 잘라 관리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 대부분은 'AS16'으로 묶였는데, 강원 영동 북부와 울릉도 등이 'NR15'·'NR16'으로 분류됐다. 한국 서비스 차단은 AS16에 걸렸고, 속초는 그 칸 바깥에 있었다. 당시 여러 매체가 속초·양양·고성이 북한 쪽 구역으로 묶였다고 보도했다.

    이 구역 지도는 나이앤틱이 2014년에 낸 게임 인그레스에서 쓰던 것을 상당 부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를 자른 마름모 한 칸 — 나이앤틱 구역 구분 개념도
    나이앤틱의 구역 구분 개념도. 해안선은 Natural Earth. 셀 경계와 코드 체계는 2016년 언론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구획과 다를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속초가 태초마을이 된 건 강원도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2년 전에 그어둔 선이 한 칸 어긋나 있었을 뿐이다.

    한국만 빠져 있던 이유

    그러면 한국은 왜 서비스 대상에서 빠졌나.

    포켓몬고는 구글 지도 위에서 돌아가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내보내는 것을 법으로 막아둔 나라다.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국가 기본측량성과는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제한된다. 서버를 국외에 두고 서비스하려면 그 데이터가 나가야 한다.

    구글은 이 문을 오래 두드렸다.

    • 2007년 — 1:5,000 축척 수치지도의 국외 이전을 처음 요청했다. 정부는 군사·보안시설 노출 가능성을 이유로 거절했다.

    • 2016년 6월 — 다시 신청했다. 정부는 위성영상의 보안시설 블러 처리, 국내 서버 설치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구글은 글로벌 통합 인프라 운영 원칙을 이유로 받지 않았다.

    • 2016년 11월 18일 —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불허를 결정했다. 사유는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여건에서 안보 위협이 가중될 우려였다.

    속초가 시끄러웠던 게 그해 7월이고, 반출 불허 결정이 그해 11월이다. 같은 여름에 붙어 있던 두 사건이다.

    그런데 게임은 결국 나왔다

    여기서 이야기가 한 번 꺾인다.

    포켓몬고는 2017년 1월 24일 한국에 정식 출시됐다. 지도 반출이 허가돼서가 아니다. 나이앤틱은 구글 지도 대신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 소스를 썼다고 밝혔다. 군사기밀지역은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필터링했다고 했다.

    막힌 건 구글 지도였지 지도 자체가 아니었다. 회사는 다른 데이터로 갈아탔고 6개월 뒤에 서비스를 열었다.

    당시 나는 이 결말을 꽤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규제가 있어도 우회로가 생긴다면, 그 규제는 안보를 지킨 게 아니라 국내 이용자만 6개월 늦게 만든 것 아닌가. 어차피 위성사진은 다 공개돼 있고 평양 시내도 구글 어스로 본다. 다 열어놓는 쪽이 낫다는 이야기가 그때 흔했고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18년 만에 열린 지도

    2026년 2월 27일, 이 논쟁이 끝났다.

    국토교통부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1:5,000 축척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협의체에는 국토지리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등 9개 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했다.

    2007년 첫 요청부터 따지면 18년이다. 구글은 2025년 2월에 세 번째로 신청했고, 그해 11월 1차 심의에서 보완 요구를 받았다. 2026년 2월 5일 보완신청서를 냈고 같은 달 27일에 결론이 났다.

    구글 지도 국외 반출 18년 타임라인
    2007년 첫 요청부터 2026년 조건부 허가까지. 출처: 국토교통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서울신문, 이데일리

    허가는 무조건이 아니다. 붙은 조건이 꽤 촘촘하다.

    조건

    내용

    보안처리

    구글어스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뷰의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반출 범위

    내비게이션·길찾기 운영에 필요한 최소 정보만. 등고선처럼 민감한 자료는 제외

    가공 장소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

    사후 관리

    군사·보안시설 추가·변경 시 즉시 수정, 보안사고 예방·대응 프레임워크 수립

    긴급 대응

    국가안보 관련 긴급위협 시 즉시 대응할 기술적 조치, 이른바 '레드버튼'

    상주 인력

    한국 지도 전담관(Local Responsible Officer)의 국내 상주

    제재

    지속적 미이행이나 심각한 위반 시 허가 중단 또는 회수

    "열었다"기보다 "조건을 붙여 통과시켰다"에 가깝다. 원본은 국내에 두고, 나가는 것은 정부가 확인한 범위로 자르고, 문제가 생기면 되돌린다.

    10년 전 정부가 구글에 제시했다가 거절당한 조건이 대체로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세상은 반대로 가고 있다

    여기서부터가 내가 재미있다고 느낀 대목이다.

    지도가 열린 2026년은, 데이터를 자국 안에 두겠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 해이기도 하다.

    소버린 AI다. 남의 나라 모델에 자국의 언어와 데이터를 얹어 쓰는 대신, 자기 데이터로 자기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흐름이다. 한국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2026년 8월 27일 2차 단계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SK텔레콤 70.6점, 업스테이지 69.9점, LG AI연구원 69.0점, 모티프테크놀로지스 65.8점이었다. 벤치마크와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를 합산한 점수다.

    방향이 정반대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18년 잠가둔 지도를 열고, 다른 쪽에서는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우리 것으로 모델을 만들겠다고 한다.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된다.

    2016년

    2026년

    쟁점

    지도를 내보낼 것인가

    지도를 열고, 나머지 데이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판단 기준

    군사·보안시설 노출

    노출 통제 + 산업 활용 + AI 학습

    결론

    불허

    조건부 허가

    같은 시기 반대편

    서비스 못 하는 나라라는 지적

    자국 데이터로 자국 모델을 만들자는 흐름

    모순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읽힌다. 2016년의 질문은 "데이터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였다. 2026년의 질문은 "어떤 데이터를, 어디까지, 누구의 통제 아래에서 쓰게 할 것이냐"다. 열고 닫는 문제에서 조건을 설계하는 문제로 옮겨왔다.

    피지컬 AI는 지도 위에서 갈린다

    지도 이야기가 갑자기 AI 이야기가 된 이유가 있다.

    반출 허가를 의결하면서 협의체는 정부에 권고도 함께 냈다. 세계 최고 수준의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공간 인공지능(Geo AI)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기르라는 내용이다. 지도를 내보내는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나온 권고가 AI였다.

    그보다 앞선 2026년 7월 28일, 국토교통부 김이탁 1차관은 피지컬 AI의 진짜 승부는 로봇이 아니라 지도 위에서 갈린다는 기고를 냈다. 아무리 좋은 로봇도 공간정보가 없으면 길 잃은 초행길 여행자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신대동여지도를 전국에 구축하고 디지털 로봇 학습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기술 수준을 2025년 GKI Readiness Index 기준 세계 4위로 인용했다.

    로봇은 지도로 움직인다. 그런데 로봇이 쓰는 지도는 내비게이션이 쓰는 지도와 다르다. 차로 단위가 아니라 센티미터 단위고, 평면이 아니라 3차원이고, 정적인 도면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갱신되는 상태값이다. 계단의 높이, 문턱의 턱, 바닥의 마찰. 사람에게는 굳이 기록할 필요가 없는 값들이 로봇에게는 학습 데이터가 된다.

    사람이 쓰는 지도와 로봇이 쓰는 지도
    왼쪽은 길을 찾기 위한 지도, 오른쪽은 움직이기 위한 지도. 로봇의 지도에는 단 높이, 문턱, 바닥 마찰, 조도 같은 값이 센티미터 단위로 들어간다.

    이 데이터는 성격상 국외로 나가기 어렵다. 공장 내부와 병원 동선과 물류창고 레이아웃이다. 지도 반출 논쟁이 군사시설 좌표를 둘러싼 문제였다면, 피지컬 AI 시대의 공간 데이터는 산업 설비와 생활 공간의 문제다. 열어야 쓸모가 생기고, 열면 그대로 나간다.

    그래서 2026년의 답이 조건부인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누가 가공하고 무엇을 자르는지를 정하는 일이 곧 정책이 됐다.

    남는 문제는 결국 데이터의 상태다

    여기서 실무로 내려오면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데이터를 우리 안에 두기로 정하는 것과, 그 데이터로 무언가를 학습시킬 수 있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한다. 미팅에서 만나는 팀 대부분이 데이터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쌓여 있는데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못 한다. 센서마다 시간이 안 맞고, 라벨 기준이 담당자마다 다르고, 같은 장면이 수천 장 중복돼 있고, 정작 필요한 상황은 한 장도 없다.

    소버린 AI를 한다고 할 때 실제로 걸리는 지점이 대개 여기다. 모델은 빌려올 수 있다. 데이터는 빌려올 수 없다. 그리고 빌려올 수 없는 그 데이터가 학습에 쓸 만한 상태인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페블러스가 소버린 AI를 자율성·거버넌스·데이터 주권 같은 축으로 정리한 글에서도 결국 중심에 놓은 것은 데이터였다.

    우리가 하는 일이 두 가지다. 하나는 쌓아둔 데이터에서 중복과 편향과 잘못 붙은 라벨을 찾아내 남길 것을 고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찍을 수 없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채우는 일이다. 해안 경계 감시 환경 이미지 13만 5천 건을 그렇게 만들었다. 지도를 열든 닫든, 그 다음에 남는 일은 같다.

    다시 속초

    2016년 여름에 속초로 버스를 타고 간 사람들은 게임을 하러 간 것이었다. 그 게임이 왜 거기서만 되는지를 따라가면 한반도를 자른 마름모꼴 셀이 나오고, 거기서 한 번 더 가면 18년짜리 지도 반출 논쟁이 나온다.

    그때는 다 열면 되는 문제로 보였다. 지금 보면 그 논쟁은 여는가 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상태로 누구에게 주느냐의 문제였다. 답이 나오는 데 18년이 걸린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다.

    속초의 특권은 이듬해 1월 정식 출시로 끝났다. 전국 어디서나 되니까 굳이 고속버스를 탈 이유가 없어졌다. 그사이 11월에는 서울과 경기에서도 잠깐 접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셀 경계가 어디까지 어떻게 그어져 있었는지는 끝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가 한 칸 어긋나 있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게임에서는 관광객이 몰리고, 로봇에서는 팔이 엉뚱한 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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